약 대신 ‘관계’를 처방합니다, 사회적 처방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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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and white medication pill

“마음이 아픈데, 어떤 약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68세 김순자 할머니에게 남은 것은 적막한 집과 TV 소리뿐이었습니다. 무릎 통증보다 더 힘든 것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찾아온 깊은 외로움과 우울감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혈압약과 신경안정제를 처방해 주었지만, 근본적인 외로움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에게 필요했던 것은 약 한 알이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와 세상과의 연결고리였습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약물이나 수술 같은 의학적 처방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의 사회적,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사가 환자에게 약 대신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 예를 들어 원예 교실, 합창 동아리, 자원봉사, 미술관 방문 등을 ‘처방’하여 환자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접근 방식입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흡연이나 비만만큼이나 건강에 해로운 ‘사회적 질병’이며, 건강한 관계와 소속감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비약물 치료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는 ‘사회적 연결’ 실천 루틴입니다.

  • 나의 ‘흥미’ 목록 작성하기: 과거에 즐거웠던 일, 배워보고 싶었던 것들을 종이에 적어보세요. 그림, 악기, 운동, 외국어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나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것이 커뮤니티를 찾는 첫걸음입니다.
  • 지역 문화센터/복지관 프로그램 탐색하기: 거주하는 지역의 구청이나 주민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세요.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강좌와 동아리 정보가 가득합니다.
  • 의미 있는 ‘역할’ 찾아보기: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화단 가꾸기, 동네 도서관에서 책 정리 자원봉사 등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은 삶의 큰 활력이 됩니다.
  • 먼저 ‘연락’하는 용기 내기: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나 친척에게 먼저 안부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보세요. 어색함을 깨는 작은 용기가 끊어졌던 관계를 다시 이어줄 수 있습니다.

동네 보건소의 추천으로 김순자 할머니는 ‘시니어 합창단’에 등록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을 가렸지만, 매주 함께 노래를 연습하고 간식을 나눠 먹으며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늘어나자, 밤마다 찾아오던 우울감은 서서히 옅어졌고 혈압도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녀는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보다, 매주 화요일의 합창 연습을 더 기다립니다. “노래가 약이고, 사람이 약이더라고요. 이제는 하루하루가 기다려져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우리의 건강은 우리가 맺는 관계의 질과 깊이에 크게 좌우됩니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힘들다면, 약국 대신 세상으로 나가보세요.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할 따뜻한 연결과 관계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최고의 처방전은 당신의 관심과 용기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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