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에서 시작된 운동: 디스크 환자도 안심하고 할 수 있는 필라테스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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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필라테스를 요가와 비슷한 ‘미용 운동’이나 ‘유연성 훈련’ 정도로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필라테스의 탄생 배경을 알고 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이 운동은 1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부상병들의 ‘재활’을 위해 고안된 의학적 뿌리를 가진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창시자 조셉 필라테스는 누워만 있어야 하는 환자들의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침대 스프링을 활용해 운동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캐딜락’과 ‘리포머’의 시초입니다. 병상 위에서 태어난 이 운동이 어떻게 오늘날 허리 디스크와 각종 근골격계 질환자들의 ‘마지막 희망’이 되었는지 그 원리를 살펴봅니다.


1. ‘신장(Elongation)’과 ‘분절(Articulation)’: 척추의 공간을 만들다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의 가장 큰 원인은 척추 마디마디 사이의 압박입니다. 중력과 잘못된 자세로 인해 척추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내부의 수핵이 밀려 나와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죠.

필라테스는 모든 동작에서 척추를 위아래로 길게 늘리는 ‘신장’ 상태를 유지합니다. 기구의 스프링 저항은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함과 동시에 마디 사이의 공간을 확보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척추를 하나하나 분리해서 움직이는 ‘분절 운동’은 굳어 있던 척추 마디의 가동성을 회복시켜 특정 부위에만 집중되던 과도한 압력을 분산해 줍니다.

2. ‘스프링’이 주는 마법: 관절의 부담은 줄이고 근육은 깊게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사용하는 ‘덤벨’이나 ‘바벨’은 중력의 방향(위에서 아래)으로만 저항이 작용합니다. 반면 필라테스 기구의 핵심인 스프링은 저항의 강도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동작의 전 과정에서 일정한 텐션을 유지합니다.

이 스프링은 때로는 근력이 부족한 환자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도우미’가 되고, 때로는 근육을 더 깊게 쓰게 만드는 ‘강력한 저항’이 됩니다. 특히 관절을 직접적으로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타깃 근육만 정확하게 고립시켜 단련할 수 있기 때문에, 충격에 취약한 디스크 환자나 관절염 환자들에게 가장 안전한 운동으로 꼽힙니다.

3. ‘파워하우스’의 재건: 내 몸 안의 천연 복대

디스크 환자들에게 의사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코어(Core)를 키우라”는 것입니다. 필라테스에서는 이를 ‘파워하우스’라고 부릅니다. 복횡근, 다열근, 골반저근, 횡격막으로 이루어진 이 심부 근육들은 척추를 안팎으로 단단하게 감싸주는 ‘천연 복대’ 역할을 합니다.

필라테스는 단순히 배에 힘을 주는 것을 넘어, 호흡과 결합하여 이 근육들이 실시간으로 척추를 보호하게끔 뇌와 근육의 연결 회로를 재설계합니다. 제대로 단련된 파워하우스는 일상생활에서 물건을 들거나 걸을 때 척추로 가는 충격을 대신 흡수해 줍니다.


“필라테스는 단순히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척추를 대하는 철학이다.”

재활에서 시작된 운동답게, 필라테스는 ‘더 많이, 더 높이’를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더 정확하게, 더 안전하게’ 내 몸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합니다. 수술 후 재활이 필요하거나 만성적인 통증으로 운동을 포기했던 분들이라면, 100년 전 포로들의 삶을 바꿨던 조셉 필라테스의 지혜에 몸을 맡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척추가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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