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8시간을 잤는데, 왜 낮에는 꾸벅꾸벅 졸고 밤에는 정신이 말똥말똥할까요?”
광고대행사 AE로 일하는 32세 정다은 씨의 삶은 늘 ‘시차’와 싸우는 것 같았습니다. 불규칙한 야근과 주말의 늦잠은 그녀의 몸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 없이는 오전 업무를 시작할 수 없었고, 정작 잠자리에 누우면 온갖 생각에 뒤척이다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만성피로가 직장인의 숙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녀의 몸은 진짜 시간을 잃어버린 채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몸속에는 약 24시간 주기로 수면, 식사, 호르몬 분비, 신진대사 등을 조절하는 정교한 생물학적 시계, 즉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이 존재합니다. 이 리듬은 주로 햇빛에 의해 조절되는데, 현대인의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야간의 인공조명은 이 시계를 교란시키는 주범입니다. 생체리듬이 깨지면 단순히 피곤함을 넘어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우울증 등 각종 질병의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건강 관리의 시작은 내 몸의 시계를 다시 정확하게 맞추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당신의 몸을 최적의 상태로 되돌릴 ‘생체리듬 동기화’ 루틴입니다.
- 아침: 기상 후 30분 내에 햇빛을 쬐세요. 아침 햇빛은 우리 뇌에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생체리듬을 재설정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입니다. 커튼을 활짝 열고 10분 이상 창가에서 아침을 맞이하거나, 가볍게 산책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점심: 가급적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하세요. 규칙적인 식사는 소화기관과 신진대사 리듬을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밤새 느려졌던 대사 활동을 깨우는 스위치가 됩니다.
- 오후: 늦은 시간의 카페인과 낮잠은 피하세요. 오후 3시 이후에 마시는 커피는 수면을 유도하는 아데노신 작용을 방해해 밤잠을 설치게 할 수 있습니다. 20분 이상의 긴 낮잠 역시 밤의 수면 리듬을 깨뜨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저녁: 잠들기 2시간 전부터는 조명을 어둡게 하세요. 스마트폰, TV 등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합니다. 침실 조명을 간접 조명이나 오렌지색 계열의 따뜻한 조명으로 바꾸고, 전자기기 사용을 줄여 뇌가 잠들 준비를 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정다은 씨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아침 햇빛 쬐기’부터 실천했습니다. 처음에는 졸린 눈을 비비며 억지로 나갔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자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서 정해진 시간에 먹었고, 오후 3시 이후에는 커피 대신 허브티를 마셨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잠이 쏟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달 후, 그녀는 더 이상 에너지 드링크에 의존하지 않았고, 낮 시간의 집중력이 몰라보게 향상되었습니다. “시간에 맞춰 사는 것이 저를 옥죄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자유를 준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 몸은 자연의 일부이며, 해가 뜨고 지는 거대한 리듬에 맞춰 살아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것은 거창한 노력 없이도 가능합니다. 오늘 아침, 햇살을 마주하는 작은 습관 하나가 당신의 하루를, 그리고 당신의 건강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