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건의료 생태계가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통해 큰 변곡점을 맞고 있다. 과거 ‘환자 중심’보다는 ‘공급자 중심’ 구조였던 의료 시스템이, 앞으로는 가치 기반 의료(value-based care) 중심으로 전환될 움직임이다.
의료전달체계란, 1차 의원·클리닉부터 2차 병원, 3차 상급종합병원까지 어떻게 의료 서비스가 연결되고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지를 뜻한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중복 검사와 과잉 진료가 빈번하고, 병원 간 전원 조정이 원활하지 않아 의료비 낭비와 의료서비스 비효율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새롭게 지향되는 개편 방향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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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의료의 역할 강화: 만성질환 예방, 일상 관리 기능을 일차의료 중심에서 담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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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기능 재조정: 급성기 병상, 회복기 병상, 만성/유지기 병상 간 역할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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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연동 보상: 결과 중심 지불 방식 도입하여 의료 질 향상과 비용 효율을 함께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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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특화 병원 지정: 중소병원이 특정 분야에 집중해 전문성을 확보
이 개편은 단기간에 완결되는 과제가 아니다. 제도 설계, 의료 인력 재배치, 보상 체계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변화가 진료 환경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이 성공한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필요한 진료를 적정한 수준에서 받고, 불필요한 비용과 중복을 줄이는 의료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의료공급자 입장에서는 질 중심의 경쟁이 가능해지고, 중소병원도 특화된 기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단순 정책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제도, 문화, 인식의 동시 혁신이 동반돼야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