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지현(35) 씨는 최근 점심 식사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렸다. 그녀는 속사포처럼 밥을 먹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밥 한 숟갈을 입에 넣고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음식의 향과 질감을 천천히 느끼며 먹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의도적으로 식사를 늦추니, 예전보다 포만감도 빨리 느끼고 소화도 훨씬 편해졌어요”라며 변화를 설명했다.
최근 건강 트렌드 중 하나는 ‘슬로우 이팅(slow eating)’, 즉 느리게 먹기다. 빠른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느린 식사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양한 전문가들은 실제로 식사 시간만 조금 천천히 가져도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식사를 천천히 하면 음식을 더 잘 씹게 되고,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이 뇌에 전달되는 시간이 충분히 확보된다. 덕분에 과식을 막을 수 있고, 속이 더 편안하다. 또한 혈당 변동 폭이 완만해 포만감이 오래간다는 점도 장점이다.
실생활에서 바로 실천해 볼 수 있는 느린 식사 루틴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우선, 식사 전에는 TV나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을 줄인다. 한 숟갈이나 젓가락질 후에는 잠시 손을 내려놓고 식사를 충분히 음미한다. 각 입에 대해 최소 15~20번 이상 꼭꼭 씹기를 권장한다. 식사 중간중간 숨을 고르듯 물을 한 모금 천천히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박수현(22) 씨는 ‘식사 일기’를 활용했다. 박 씨는 “모바일 메모장에 매 식사마다 먹는 시간과 느낀 점을 간단히 적어요. 기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식사의 속도와 방법이 달라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안내문이나 다이어트 계획부터 스트레스 관리까지, 슬로우 이팅은 특별한 도구나 비용이 없어도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다. 실제로 매 식사 때마다 한두 가지 실천만 더해도 점차 달라지는 몸의 신호를 느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느린 식사 습관이 하루아침에 자리잡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처음엔 일부 식사부터, 때로는 가족·동료와 함께 규칙을 정해 천천히 식사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쁜 일상 속, 식탁에서 만큼은 여유를 갖고 음식의 맛을 온전히 음미해보는 슬로우 라이프 실천.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 건강한 식습관이, 몸과 마음에 큰 선물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