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내는 일은 겉보기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느낌, 감정의 가벼운 동요 같은 미세한 불편함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병원에서 뚜렷한 진단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이 작은 울림들은 신체가 보내는 신호일 때가 많다. 특히 미량 영양소의 결핍은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일상의 질을 서서히 잠식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 문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주 일상적인 영역에 숨어 있다. 현대인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음식을 먹지만, 정작 영양 균형은 깨지기 쉽다. 간편식과 반복적인 식사 패턴은 ‘먹고 있음에도 영양이 부족한 상태’를 만들곤 한다. 몸은 연료를 공급받지만, 세포가 제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조용한 보조자들, 즉 비타민과 미네랄이 모자랄 때 전체 시스템이 느리게, 탁하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핍은 통증처럼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에 더 오래 방치된다.
미량 영양소 결핍의 근본 원인은 몇 가지 층위로 나뉜다. 첫째는 섭취의 단조로움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 비슷한 메뉴를 반복하거나, 간편식 중심의 식사를 이어가는 경우 영양의 스펙트럼이 좁아진다. 둘째는 흡수의 문제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장 건강의 저하 등은 섭취한 영양을 흡수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단순히 많이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셋째는 미세한 요구량의 증가다. 과도한 카페인, 잦은 음주, 만성 스트레스는 비타민 B군, 마그네슘, 아연 같은 영양소의 사용량을 늘려 ‘숨은 결핍 상태’를 만든다.
실천 방향은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색이 다른 채소를 두세 가지 이상 곁들이는 것, 매일 작은 견과류 한 줌을 챙기는 것, 가공식품 대신 자연식의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것, 카페인과 술을 줄여 몸의 회복력을 높이는 것. 필요하다면 결핍이 의심될 때 혈액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건 ‘비워져 있던 조용한 결핍을 채우는 과정’이 몸 전체의 리듬을 되살린다는 점이다.
우리는 종종 큰 문제만 문제라고 여긴다. 하지만 신체는 아주 작은 결핍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미량 영양소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채워지기 시작하면 삶이 아주 다른 결을 띤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된다. 몸은 언제나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에 조금 더 귀 기울일 때, 하루는 더 부드럽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