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편의점과 마트 진열대는 고단백, 저당, 무첨가 같은 문구로 가득해졌다.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날에도 단백질 스낵을 챙기고, 달콤한 것을 부담 없이 먹고 싶을 때는 저당 디저트를 선택한다. 이렇게 먹으면 좀 더 건강하게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는 ‘건강한 간식’이라는 이름 아래 하루 섭취량을 점점 늘리고 있고, 부지불식간에 욕구를 합리화하는 습관을 만들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것이 바로 건강 쾌락의 역설이다.
고단백·저당 식품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그 순간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 면죄부에 있다. ‘괜찮다’, ‘이 정도는 건강한 선택이다’라는 생각이 뇌의 보상 체계를 자극한다. 뇌는 죄책감 대신 허용감을 느끼고, 평소보다 더 자주 혹은 더 많이 먹어도 된다는 판단을 쉽게 내린다. 건강한 간식을 먹고 있다는 기분 자체가 일종의 쾌락이 되어, 더 많이 즐기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특히 단백질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식습관의 균형을 흔든다. 많은 사람들이 단백질은 많이 먹을수록 좋은 영양소라고 생각하지만, 단백질 역시 체내 대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간식 형태의 단백질은 식사 리듬을 불규칙하게 만들고, 포만감 신호를 혼란스럽게 해 결국 식사량 조절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저당 디저트 역시 단맛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감각적 위안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한다. 단맛이 주는 위로는 다음 욕구를 또 불러오고, 욕구는 다시 선택을 부추긴다.
그러나 균형을 되찾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고단백·저당 식품을 완전히 피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간식인지’, ‘식사 대용인지’, 혹은 ‘감정적 허기를 채우기 위한 선택인지’를 분별하는 감각이 중요하다. 무언가 달콤한 것이 당길 때, 먼저 물을 천천히 한 잔 마시거나 자리를 옮겨 감각을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욕구의 강도는 크게 달라진다. 욕구는 순간적으로 강해 보이지만, 의외로 짧은 시간에 흔들리는 성질을 갖고 있다.
건강은 잘 먹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사람이 쌓아가는 것이다. 고단백·저당이라는 라벨은 우리를 대신 건강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음식을 대하는 태도, 선택의 기준이 향하는 방향이다. 절제가 아닌 균형을 느끼는 감각,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태도. 건강은 그 조용한 감각에서 시작된다.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힘은 특정한 음식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왜 선택하는지 들여다보는 그 성찰의 순간에 깃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