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도 아닌데 벌써부터 실내는 에어컨 바람이 가득하다. 버스나 지하철,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찬바람을 맞다 보면 어딘가 속이 더부룩하고, 오후가 되면 배가 살살 아프기도 한다. 식사 후 소화가 안 되거나 장 트러블이 심해지는 것도 이 시기의 흔한 불편이다.
이런 증상은 ‘냉방 환경에 민감한 장’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장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실내 온도 변화에 더 크게 반응한다. 찬 공기가 몸에 직접 닿으면 복부 주변 혈관이 수축하고, 장의 운동성이 떨어지면서 가스가 차거나 복통이 유발된다.
더구나 냉방은 체온 자체를 떨어뜨려, 소화 효소의 활성을 감소시킨다. 이는 배변 리듬을 불규칙하게 만들고, 장 내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가진 사람에게 초여름 냉방은 실질적인 스트레스 요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먼저 ‘복부 체온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실내에서도 얇은 가디건이나 스카프, 배를 덮는 얇은 담요를 활용해 복부가 찬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앉은 자리에서도 복부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작은 습관이 장 건강에 큰 차이를 만든다.
식습관도 장 건강에 영향을 준다. 지나치게 찬 음식이나 탄산음료는 장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따뜻한 국물이나 죽, 생강차 등을 활용해 장을 부드럽게 달래는 식단을 구성하자. 유산균 섭취도 장 내 환경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초여름 냉방은 더위를 피하는 동시에, 몸을 차갑게 만드는 이중성을 지닌다. 내 몸, 특히 장이 얼마나 예민한지를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냉방 조절법과 식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여름철 건강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