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에어컨은 틀자니 춥고 안 틀자니 덥다. 날씨도 습한 듯 아닌 듯 애매하고, 창문을 열어도 공기가 탁한 날이 많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목이 간질거리고, 별다른 감기 증상도 없는데 기침이 계속 나온다. 누군가는 “코로나 후유증 아니야?”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사실 이런 증상은 초여름의 실내 공기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환절기와 달리 초여름은 미세먼지보다 ‘대기 정체’가 더 큰 문제다. 공기가 정체되면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먼지와 곰팡이 포자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 머무른다. 특히 사무실이나 가정의 에어컨 필터가 겨우내 방치되어 있다면, 첫 가동부터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이 된다. 그런 공기를 반복해서 들이마시다 보면 목 점막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만성적인 기침이나 쉰 목소리로 이어진다.
특히 앉아서 하루를 보내는 직장인에게는 실내 공기의 질이 하루 컨디션 전체를 좌우한다. 오후만 되면 집중이 잘 안 되고, 숨이 탁 막히는 기분이 드는 것도 호흡기 내 염증 반응과 관련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실내 공기 오염은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피로, 두통, 졸림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도 많다.
이럴 땐 가장 먼저 ‘공기 순환 루틴’을 점검해야 한다. 창문을 전면 개방하기 어렵다면, ‘교차 환기’ 방식으로 짧고 강하게 환기하는 것이 좋다. 한쪽 창문만 여는 것이 아니라, 맞은편 창도 함께 열어 10분 내외로 바람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특히 오전 10시 이전, 오후 5시 이후는 외부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환기에 적절하다.
두 번째는 ‘필터 청소 주기’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심지어 제습기의 필터까지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세척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터에 먼지가 쌓이면 공기청정기조차 오히려 오염된 공기를 배출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공기 냄새가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이미 실내 질은 한계치에 도달한 셈이다.
세 번째는 ‘목 점막 루틴’이다. 수분 섭취는 물론, 실내 습도 유지도 중요하다. 이상적인 습도는 40~60%로, 너무 건조하면 점막이 말라 자극에 민감해지고, 반대로 너무 습하면 곰팡이 번식 위험이 커진다. 침방울과 목 점액을 정상적으로 분비시키려면 물을 자주 마시고, 필요시엔 무가당 껌을 씹어 침샘을 자극하는 것도 방법이다. 더불어 가습기를 사용할 땐 꼭 하루 한 번 이상 물통을 세척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시기 목 간지러움이나 잔기침이 ‘폐의 예민함’ 때문이라고 본다. 폐는 차고 건조한 기운을 싫어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더 예민해진다. 이럴 땐 따뜻한 도라지차, 배즙, 모과차 등 폐를 윤택하게 해주는 음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너무 뜨겁거나 너무 달게 마시는 건 오히려 점막을 자극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혹시 요즘 들어 ‘기침은 안 하는데 목이 계속 간질간질하다’면, 그것 역시 몸이 보내는 미세한 이상신호일 수 있다. 단순한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공기, 습도, 긴장, 식습관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다. 마스크를 벗기 시작한 올해 여름, 목과 호흡기를 건강하게 지키는 새로운 루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