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계절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수분 섭취’를 강조한다. 실제로 피부 탄력, 피로 회복, 면역 기능을 위해 하루 1.5~2리터의 물을 권장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물을 많이 마시는데도 변비가 개선되지 않는 사람들은 꽤 많다. 왜일까?
그 이유는 단순히 물의 ‘양’이 아니라, 수분이 ‘장까지 도달하는 경로’에 있다. 초여름처럼 땀이 많이 나는 계절에는 섭취한 수분 대부분이 피부나 호흡을 통해 빠져나간다. 게다가 카페인 음료, 찬 물 섭취가 늘면서 체내 수분 흡수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장은 여전히 건조한 상태로 남고, 결과적으로 배변이 어려워진다.
장 건강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따뜻한 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아침 공복에 미지근한 물 한 컵을 천천히 마시면 위와 장의 운동을 자극해 배변 리듬이 살아난다. 또한 식사 시 국이나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애호박, 부추, 오이 등)를 함께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만 많이 마시기’보다, 수분을 함께 머금고 있는 식재료를 통한 수분 공급이 훨씬 효율적이다.
또한 장의 연동운동을 돕는 식이섬유 섭취도 중요하다. 생야채만 고집하기보다, 살짝 데친 나물이나 과일을 곁들이는 것이 좋다. 장을 자극하는 자극성 식품(밀가루, 매운 음식, 찬 음식 등)은 피하고, 하루 10분 정도의 걷기 운동만으로도 장은 활발하게 반응한다.
결국 장은 ‘내 몸이 잘 쉬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아무리 물을 많이 마셔도, 그 물이 내 몸에 남아 있지 않으면 소용없다. 중요한 것은 수분의 질, 섭취 방식, 그리고 장을 위한 생활 루틴이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습관이 모여, 초여름의 더위 속에서도 장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