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식사도 잘 챙겨 먹었고, 저녁도 든든히 먹었다. 그런데 밤 10시가 넘어가면 꼭 냉장고 문을 열게 된다. 초콜릿 한 조각, 과자 한 봉지, 아이스크림 한 스푼… 분명 배가 고픈 건 아닌데 입이 심심하고, 뭔가를 먹지 않으면 불안하다. 이쯤 되면 단순한 식욕이 아닌 ‘감정 허기’일 가능성이 크다.
초여름에는 일조량 증가와 기온 변화로 인해 생체 리듬이 불안정해지기 쉽다. 낮에 활동량이 늘면서 피로도도 올라가지만, 동시에 불쾌지수도 높아져 스트레스가 무의식중에 쌓인다. 이런 상태에서 밤이 되면 몸은 회복 모드로 들어가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 시점에 ‘간식’이라는 위로를 찾게 된다. 특히 설탕이나 지방이 풍부한 음식은 잠깐의 기분 상승 효과를 주기 때문에 뇌는 이를 반복 학습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체중이 늘고, 다음 날 아침에 죄책감까지 더해지면 또 다른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야식 루틴’은 단순히 식욕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 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식습관으로 표출되는 패턴인 셈이다.
이런 패턴을 끊기 위해서는 우선 밤의 리듬을 바꿔야 한다. 첫째, 저녁 식사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가볍게 하되, 포만감이 들도록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한다. 둘째, 밤 9시 이후에는 물 이외의 음식은 멀리하는 ‘마감 선언’을 뇌에 익숙하게 만든다. 셋째, 야식 생각이 날 때는 간식을 찾기 전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먼저 마셔보는 루틴을 만든다. 이 단순한 루틴만으로도 ‘먹고 싶은 마음’을 잠시 멈추는 여유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밤마다 자신을 다그치지 않는 태도다. 감정의 파도를 음식으로 넘기려는 시도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왜 이런 패턴에 빠졌는지를 이해하고, 내 몸과 마음을 더 부드럽게 대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회복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