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0시, 슬슬 입이 심심해지는 시간이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 배달앱을 켰다 껐다 반복하다 결국 군것질을 하게 된다. 이른바 ‘야식 루틴’에 빠진 직장인 정지은(37) 씨는 “점심, 저녁 다 챙겨 먹어도 밤만 되면 이상하게 허기가 진다”며 고민을 토로한다.
실제로 많은 성인이 비슷한 경험을 한다. 문제는 야식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뇌가 보내는 잘못된 신호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면전문가들은 수면 부족이나 낮 시간의 스트레스, 불규칙한 혈당 변화 등이 밤에 ‘가짜 배고픔’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저녁에 탄수화물 중심 식사를 한 경우, 혈당이 급격히 올라갔다가 떨어지면서 뇌가 다시 당분을 요구하게 된다.
밤의 식욕은 생리적 배고픔이라기보다, 정서적 허기일 가능성이 크다. 심심함, 불안, 외로움 같은 감정을 ‘먹는 행위’로 풀려고 하면서 ‘위가 아닌 뇌가 배고픈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빛 자극을 많이 받는 환경(핸드폰, TV 등)은 식욕 억제 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더 쉽게 간식을 찾게 만든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 첫째, 수면 루틴을 앞당기는 것이다. 잠드는 시간을 1시간만 당겨도 야식 욕구는 절반 이상 줄어든다. 둘째, 저녁 식단을 점검해야 한다. 단백질과 식이섬유 위주로 구성하면 혈당이 안정돼 밤 배고픔이 덜하다. 셋째, 야식 대체 간식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삶은 달걀, 따뜻한 허브차, 아몬드 한 줌 등은 허기를 잠재우되 혈당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다.
무조건 참으려 하기보다 ‘왜 이 시간에 내가 먹고 싶은가’를 들여다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뇌의 신호를 해석하는 연습이 결국 야식 루틴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건강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