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일과 삶의 경계는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 누군가는 직장에서 받은 메시지를 퇴근길 지하철에서 답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집에서도 노트북을 닫지 못한 채 하루를 이어간다. 이처럼 경계가 모호해지면 마음은 늘 ‘대기 모드’에 머무르게 되고, 몸도 긴장을 풀지 못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피곤함을 기본값으로 지닌 채 살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피로를 ‘일의 양’으로만 해석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잠깐이라도 일을 내려놓는 역할 전환의 시간이 없다면, 몸과 마음은 계속해서 쌓인 부담을 처리할 틈을 잃는다. 이는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는 가장 흔한 경로다.
회복 루틴이 필요한 근본 이유는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신경계의 지속적 활성화다. 알림, 메신저, 이메일은 하루 종일 작은 긴장을 유지하게 한다. 이는 심박수와 스트레스 호르몬을 높이고, 결국 피로감을 누적시킨다. 둘째는 자기만의 리듬 상실이다. 일의 흐름에 끌려다니는 하루는 주체적인 회복을 방해한다. 셋째는 정서적 안전지대의 부족이다. 일과 삶이 혼재되면 심리적으로도 뚜렷한 휴식감을 느끼기 어렵다.
실천 가능한 회복 루틴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퇴근 직후 10분만이라도 걸으며 일의 감정을 몸 밖으로 빼내는 것, 저녁 시간대 스마트폰 알림을 잠시 끄는 것, 하루 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아주 짧게라도 확보하는 것. 일상 속 작은 경계가 생기면 신경계는 그 틈새에서 회복을 시작한다.
우리는 일 때문에 지치는 것이 아니라, 일에서 벗어날 여유를 잃어 지친다. 회복은 거창한 휴가나 특별한 힐링 프로그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루의 틈새에서 조용히 이루어진다. 일과 삶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일은 결국 나라는 존재의 울타리를 되찾는 과정이다. 그 울타리가 단단해질 때, 우리는 더 오래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