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자기관리의 역설: 건강을 쫓을수록 멀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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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meditating in lotus pose on yoga mat.

요즘에는 ‘자기관리가 곧 능력’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운동 루틴을 지키고, 식단을 기록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숙면 시간을 유지하는 일련의 관리 행위는 어느새 일상의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렇게까지 노력해도 컨디션이 늘 좋은 것도 아니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하루라도 루틴이 깨지면 불안해지고,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으면 안 되는 음식 사이에서 스스로를 벌주는 마음까지 생긴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행동인데, 어느 순간 건강을 갉아먹는 감정이 자라난다. 이것이 과도한 자기관리의 역설이다.

문제는 관리 그 자체가 아니라, 관리가 ‘통제’로 변하는 순간이다. 몸은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뻣뻣해진다. 위와 장은 긴장하고, 호흡은 짧아지며, 운동은 의무가 되고, 식사는 평가 대상이 된다. 이렇게 되면 몸은 자신을 회복시키기보다 계속해서 점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몸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수록 예민해지고, 결국 작은 변화에도 쉽게 흔들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관리의 힘’이 오히려 몸의 자율성을 잠식하는 셈이다.

과도한 자기관리의 바탕에는 ‘완벽해지고 싶은 마음’이라는 감정의 그림자가 있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더 건강해지고 싶고, 더 제어된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 그러나 이 욕구는 쉽게 자신을 다그치는 방식으로 변질된다. 실수했다고 느끼는 순간 죄책감이 따라붙고, 규칙이 깨지는 순간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깊어진다. 몸은 단지 오늘이 조금 다를 뿐인데, 마음은 그 다름을 실패로 해석해버린다.

균형을 되찾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부드럽다. 루틴을 지키지 못한 날은 그저 ‘그럴 수도 있는 하루’라고 해석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식단을 신경 쓰는 대신 오늘의 배고픔이 어떤 형태인지 잠시 관찰해보는 감각도 몸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 역시 몸의 상태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건강에 훨씬 유익하다.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변덕스럽지 않다. 일정한 자율성이 주어지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간다.

건강은 통제의 결과가 아니라 신뢰의 결과다. 몸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몸은 오히려 더 탄탄해진다. 자기관리는 자신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완벽에 가까워질 때 건강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한 흐름이 시작된다. 관리가 아니라 관계가 건강을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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